욕조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낙관적 편향에 대해 생각이 떠올라서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낙관적 편향이란 말 그대로 뭐든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이란 것인데, 유독 메타인지라고 할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흔히 보이는 특징인 것 같다. 평소 주변 사람을 관찰하기 좋아하고 분석하기 좋아하는 나는 종종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내 옆방의 한국인) 낙관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로는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낙관적'이라는 단어에 있다. 낙관적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데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나머지 좋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낙관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건 상당히 주관적인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어떤 기준의 목표가 있을 때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전혀 실현 불가능하지 않은 평범한 일, 능력이 없는 사람에겐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능력이 있는 사람에겐 충분히 성취할 수 있는 일이기에 낙관적인 일일 필요가 없으나,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낙관적인 사람에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기에 노력을 해도 결국 이루지 못하는 씁쓸한 결과가 뒤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메타인지라는 단어를 꺼낸 것은 이 때문이다. 흔히 메타인지는 얼마나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제대로 자기 자신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낙관적 편향에 빠져 목표를 이루기까지의 현실적인 계획 없이 일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 주변에도 이런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한 친구를 예를 들어보자면 자신의 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항상 뜻대로 계획이 풀릴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다. 좀 더 알기 쉽게 이야기해보면, 그 친구는 항상 자기의 연구는 어떻게든 잘 되거라는 근거 없는 막연한 (아마 이게 낙관적 편향성의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믿음을 가지고 있다. 또 자기가 연락하는 여자들은 결국 자기에게 넘어올 거라는 착각이라던지, 자신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사는 것 같다. 물론 자신의 인생에 자신이 주인공인 것은 맞지만, 세상은 전부 주인공들이 맞물려서 사는 곳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특별한 건 맞지만 그만큼 다른 사람도 모두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일반화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보면, 살면서 큰 성취를 이루어 본적이 없는 사람일수록 근자감, 또는 낙관적 편향의 정도가 심한 것 같다. 반대로 얘기하면 자기자신을 잘 알고 현 위치를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 결국 원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것 같다. 이런 태도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무언가를 이루어나가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 위치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그에 맞는 현실성 있는 대안들을 계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너무 낮게 평가하거나 (열등감)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면 (근자감) 당연히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 옆 방의 그 녀석은 종종 나에게 '너는 머리가 좋은 것 같다'라는 얘기를 자주 했었는데, 그 당시 그 말을 들은 나는 속으로 그건 그냥 내가 내 주제를 잘 알고 네가 너의 주제를 잘 모르는 것뿐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본인이 지금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안다면 한가하게 딴짓하고 다닐 여유라는 게 생길 수 있을까? 지금 뭐가 중요한지 제대로 우선순위도 못 정하면서 일이 제대로 풀릴 리가 있겠는가?
반대의 경우도 얘기해보자면, 항상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친구가 있다. 이건 이 글의 주제인 낙관적 편향과는 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비슷한 문제점을 보인다. 아마 열등감일까. 그 친구는 자신이 부족한 건 잘 알지만 남이 듣기에 거북할 정도로 자기자신을 깎아내릴 때가 많다. 아마 그렇지 않다는 위로의 말이 듣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성격상 그런 나약한 소리를 들으면 위로해주려다가도 위로해주기 싫어진다. 의도가 너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반대로 자신이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다른 사람에게 부정적인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부정하고 발끈하는 경향이 있다. 억지스러운 자기 합리화와 쉽게 표출되는 자기 방어 기제. 때로는 자신이 표적이 되는 게 싫어서 다른 사람을 먼저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런 유형의 친구들은 얘기해줘 봤자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자기 방어하고 합리화하느라 바쁘니 얘기가 통하지가 않는다. 결국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해 자신이 자신의 열등감에 다시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계속 빠지는 것 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낙관적 편향에 사로잡힌 녀석들도 같은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남에게 부정적인 말을 들으면 보이는 자기 합리화 혹은 주어진 상황 탓. 그런 변명이나 듣고 있자면 충고해주는 입장에서 맥이 빠지기 마련이다. 처음엔 진심으로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얘기해주려고 노력했다. 서로 이런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충고해주고 고쳐나갈 수 있게 얘기해주는 관계가 생산적이고 좋은 관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조언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열등감에 빠진 녀석과 근자감에 빠진 녀석 둘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이 둘은 아마 서로가 없으면 안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주변 환경의 탓이라고 믿는. 언젠가는 결국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 나는 그런 뜬구름 잡는 망상과 그런 푸념 뒤에 뒤따라오는 아무런 노력도 없는 그들의 태도에 질렸다 (자기들은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반박하겠지 하지만 그 말 또한 제대로 현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
역시 자신의 위치를 되도록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싶다. 아니면 아예 그런 쪽을 신경쓰지 않아서 아무 걱정 없이 살거나. 자기성찰은 정말 중요한 덕목인 것 같다.
그래서 정리해보면 이 한마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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